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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글방
'그래. 쉬어보자. 쉬기 싫을때까지 쉬어보자. 새로운 것이 아닌 어쩌면 알고도 평생을 외면하고 살았을 진짜 나의 모습을 되찾아보자.’ 사람이 잠을 너무 깊게 자면 밤인지 낮인지 여기가 어디인지 내가 누구인지조차 분간이 안되는 무의식의 경계에 다다를때가 있다. 반복되어지는 야근과 불안, 셀 수 없는 걱정에 잠 못이루던 날들을 하룻저녁에 보상받기라도 하겠다는듯이 시체처럼 몰아치듯 잠을 해치운 나는 깨질듯한 허리통증에 겨우 잠에서 깨어났고 이내 평소와 뭔가 다르다는것을 알아차렸다. 적응이 안될 정도로 고요하고 적막한 방. 귀를 찢을듯한 시끄러운 알람소리도, 끈덕지게 나를 찾던 업무 전화도 더이상 울리지 않는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 비로소 온전히 혼자가 되었음을 인지하니 어딘가 헛헛한것 같으면서도 가볍..
나는 평생을 머무르리라 마음먹었던 삶의 터전에서 퇴직을 결심했다. 그곳은 풍요로운 미래와 끊임없는 자기발전이 약속된 명예로운 땅이었지만, 입사와 동시에 가입되는 ‘기대한 바’라는 이름의 채무를 갚지 못하면 누구든 유통기한이 지난 생선 머리와 같은 신세를 면할 수 없는 곳이었다. 형태도 색도 없는 무형의 신종 빚을 관리하는것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어서, 꿈과 재능을 분납하고 젊음과 건강까지 끌어들여 다달이 메우고자 노력했지만 복리로 불어나는 이자는 야속하게도 눈덩이처럼 커져가기만 했다. 밥 먹는 시간, 잠자는 시간, 깨어있는 시간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무언의 압통을 꾸역꾸역 삼켜가며 버텨내길 수 년째. 몸도 마음도 지칠대로 지쳐버린 나는 결국 스스로 ‘이달의 사원’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입사할때 거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