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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직장기 (出職場記)
나는 평생을 머무르리라 마음먹었던 삶의 터전에서 퇴직을 결심했다. 그곳은 풍요로운 미래와 끊임없는 자기발전이 약속된 명예로운 땅이었지만, 입사와 동시에 가입되는 ‘기대한 바’라는 이름의 채무를 갚지 못하면 누구든 유통기한이 지난 생선 머리와 같은 신세를 면할 수 없는 곳이었다. 형태도 색도 없는 무형의 신종 빚을 관리하는것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어서, 꿈과 재능을 분납하고 젊음과 건강까지 끌어들여 다달이 메우고자 노력했지만 복리로 불어나는 이자는 야속하게도 눈덩이처럼 커져가기만 했다. 밥 먹는 시간, 잠자는 시간, 깨어있는 시간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무언의 압통을 꾸역꾸역 삼켜가며 버텨내길 수 년째. 몸도 마음도 지칠대로 지쳐버린 나는 결국 스스로 ‘이달의 사원’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입사할때 거쳤..
60일간의 글쓰기
2019. 12. 16. 2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