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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직장기 (出職場記) - 8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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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직장기 (出職場記) - 8화

자유작가 2019. 12. 23. 20:36

세월가는줄 모르고 마음 치우기에 여념없던 중, 외할아버지께서 새로운 생신을 맞으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더이상 '바빠서 이번엔 못갈 것같아요' 라는 멘트를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아이같이 기뻐하며 네모난 시멘트집을 걸어나온 나는 주 오랜만에 마음편히 한적한 시골마을로 여행을 떠났다.

 

산넘고 물건너 충청남도 당진시 대조리의 초록지붕집을 찾아가는 길에는 시야가 닿는 모든곳에 싱그러운 풀내음이 가득했고 푸른하늘에는 이름모를 다양한 산새들이 저마다의 규칙대로 자유로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굽이굽이 천리길 지나 도착한 그곳은 아무런 속박도 제약도 없이 만물이 어우러져 저마다의 빛깔을 뽐내고있는 자연속에 위치한 아담한 시골집으로,

 

아흔이 넘으신나이에도 한결같이 농사일에 열심이신 외할아버지와 듬직한 외삼촌, 다정한 이모, 귀여운 사촌동생들이 웃고 떠드는 화목한 공간이자 내가 '나'인 그 자체만으로 한없는 믿음과 애정을 보내오는 곳이다.

 

자그마한 부엌에서 한참을 서 계시던 외숙모가 내오신 둥그런 나무상 위에는 지친 몸과 마음을 채워주고 원기를 회복시켜주는 마음 따스해지는 음식들로 가득했다.

 

그저 상대방이 행복하기만을 바라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순수한 덕담들이 오가고,

 

광에서 내온 시원한 식혜와 맛있는 단감을 안주삼아 삶의 다양한 이야기에 얼근하게 취해 말랑말랑해진 기분으로 사랑방에 들어가보니

 

행여나 어린 손자 손녀들이 추워할까 밤새 땔감을 날라 불을 피우신 외할아버지덕에 뜨끈뜨끈해진 애정의 구들장위에서 너도나도 늘어진 빈대떡이 되어 눅눅한 심신을 말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짧지만 봄볕같았던 대조리에서의 마지막 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것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고

 

깜깜한밤에도 빛을 잃지않고 빛나고 있는 마당위의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며

 

나도 저 별들과 같이 세상의 어두움에 물들지않고 어우러질 수 있는 나만의 길을 찾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방법들을 꼭 찾아내겠노라고 다짐했다.